2012/02/21

최은석 대표님의 명복을 빕니다.

한국에라도 있다면, 조문이라도 갈텐데... 답답한 마음에 몇자 적어봅니다.

 99년 여름 즈음에 최은석 대표님을 처음 만난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이제 막 뉴틸리티를 압구정 역 이모션 오피스 옆에 오픈했던 찰나였던 것 같은데요. 핑크색 명함에 "NUTILITY"라고 씌여진 명함을 주시면서 "뉴, 유틸리티야. 합쳐서 뉴틸리티. 멋지지?" 자랑하던 얼굴이 떠오르네요. 당시 열정으로만 가득찼던 저를 처음 메이저리그로 이끌어주셨던게 바로 최은석 대표님이었습니다.

압구정 원룸에서 며칠을 씨름하며 S전자 제안서를 쓸 때는 가끔 사식을 사들고 숙제검사하러 오시던 게 생각나네요. 당시 컴퓨터 하나 없던 제게, 제안서 다 쓴 컴퓨터를 선뜻 주셨던 것도 최은석 대표님이군요. 돌이켜보면 참 통도 크셨습니다.

청담 뉴틸리티에 있었을 때는 같이 밤새고도 아침이면 말끔한 모습으로 나타나시는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정말 "프로 디자이너"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S전자 프리젠테이션할 때 제가 분위기 망쳐놓으면, 어느 순간엔가 앞으로 나오셔서 참석자들을 확 휘어잡으시곤 했죠. 프리젠테이션 준비할 때면 항상 그 순간을 기억하곤 합니다.

FID로 전직했을 때는 "배신한 사람 안본다"하셨는데, 청첩장 들고 디스트릭트로 찾아갔을 때 "그래? 내가 멋진 화환 보내줄께"했던 사람이 또 최은석 대표님이군요. 제대로 감사하다는 말씀도 못드리고 몇년이 흘러버렸고 이제는 그 기회조차 없어져버렸군요.

함께 했던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몇 안되는 진짜 "대한민국 디자이너"로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평안하세요.

"ifme@"라는 당신의 이메일 주소가 자꾸 입안을 맴도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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