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5

구글 디자이너에 대한 몇가지 오해

이전 블로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저는 구글 북경 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구글의 디자이너라는 포지션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하기도 하시고, 몇 가지 오해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서 대외비가 아닌 선에서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포스팅이 절대 제가 속한 조직이나 구글을 대표하는 것은 아님을 밝힙니다.)


1. 구글에도 디자이너가 있나요?
ㅎㅎㅎ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입니다. 이전의 구글 제품들을 보면, "와~ 이렇게 디자인을 안입히고도 제품을 만드는구나"라고 생각이 드는 것들이 많았던게 사실이죠.
구글에도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다만, "디자인"을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픽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제품의 컨셉, 사용자의 니즈, 인터랙션, 워크플로우에 대해서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당합니다. "어떻게 보일 것인가"보다 "어떻게 사용하게 할 것인가"를 해결하는 사람들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2. 디자이너가 있는데도 제품들이 그런가요?
ㅋㅋㅋ 앞서 언급드렸던 것처럼 "어떻게 사용하게 할 것인가"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 어글리한 디자인이 가장 사용하기 편하다는 (혹은 다양한 환경에 적절한 경우) 판단이 든다면 어글리한 디자인을 가진 제품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구글의 제품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만 런칭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을 고려하다보면, 최대한 불필요한 정보나 그래픽 요소들을 지양하게 됩니다.
덧,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2bytes 언어를 가진 국가의 서비스들은 타 1byte 언어 서비스들과 일관성이 있게 디자인하기 진짜 힘들어요. -_-;;

3. 구글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안한다던데요?
어떻게 보면 맞는 얘기입니다. 구글 디자이너들은 User Experience Designer, Interaction Designer, Visual Designer, User Interface Designer라는 직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하는 역할의 차이가 있지만(실제로 그렇습니다), 크게 Visual Designer와 Interaction Designer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도 Interaction Designer에 속하는데요, 그래픽 작업보다는 UI와 Interaction 설계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의 범위는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고 개인의 성향이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모 디자이너는 아이콘 작업에서 HTML 마크업까지 하기도 하고, 모 디자이너는 기본 플로우만 설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4. 미국 본사가 아닌 오피스에 근무하면, 각 국가별 서비스를 책임지는 거겠네요?
아닙니다. 모든 오피스의 인력들은 풀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그 국가의 서비스들만 디자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만일 그렇다면, 본사가 아닌 오피스의 디자이너들은 맨날 로컬라이징만 하게요?) 세계 각국의 오피스들이 국가의 경계가 없이 옆집처럼 일하고 있고, 실제로도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디자이너들의 피드백을 받곤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프로젝트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 입니다.

5. 정말 디자인을 수치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나요?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Bowman의 포스팅처럼 구글의 분위기는 "Logic"과 "Reason"으로 점철되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막상 입사해서 일해보니 "수치로 디자인을 검증"해야하는 순간은 많지 않더군요. 디자인은 예술과 달리 상업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가져야 합니다. "왜 버튼을 여기에 배치했는지, 이렇게 하면 전체적인 플로우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혹은 수익에 변화가 생기는지 (최소한 감소하지는 않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Product manager와 Engineer들도 디자인에 대한 어느 정도 Common sense나 Gut-feeling 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산출물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모여서 토론하고 보다 나은 솔루션을 찾는 분위기가 구글의 디자인 문화입니다.
덧, 디자이너도 숫자와 친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내외부 통계자료나 관련 지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아닐까요?

6. 디자이너가 몇 명이나 되나요?
조직 구성원의 수는 아마 대외비가 아닐까 싶네요. :)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구글은 기술 기반 회사이기 때문에 엔지니어가 가장 많다는 점입니다. 디자이너도 상당수가 있기는 하지만 엔지니어수 대비 디자이너수를 생각해본다면, 확실히 엔지니어가 많겠네요. 꼭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당연히 디자인 가이드도 존재하구요.

7. 구글 디자이너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어떤 회사든지 각 회사의 업무환경이나 비즈니스에 따라 디자이너에 대한 자격요건이 다르기 마련입니다.구글은 기술기반의 회사이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현재 구글의 가장 큰 비즈니스는 웹서비스이기 때문에 "웹 기술"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본다면, HTML마크업과 같은 프론트엔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백엔드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엔지니어 수준의 프로그래밍 능력이나 웹개발자 수준의 마크업 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 말도 안되는 블랙박스 디자인을 하지는 않겠지요. :)
덧1, 혹자는 HTML은 디자인 레이아웃, XML은 데이터, Java script는 인터랙션이라고 얘기하더라구요. 디자이너가 가져야할 기본 소양이라고... 쿨럭... (저는 남의 코드를 잘 배껴쓰는 수준입니다.)
덧2. 어떤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는지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습니다만, Computer Science 관련 전공이 많더라구요. 모 디자이너는CS를 전공하고 부전공으로 "건축"을 전공했더군요.

이 포스팅으로 얼마나 많은 분들이 구글 디자이너와 디자인 철학을 이해할 수 있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저 역시 완벽하게 이해를 하지는 못한터라),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댓글 2개:

  1.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실용적이면서 이쁜 디자인은 만들 수 없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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