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2

Google TV 과연 코치 미디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지난 달 초에 구글에서 Google TV를 선보였습니다. 장장 몇 년간의 긴 개발기간을 거쳤다고 하네요. 구글 입장에서는 새로운 플랫폼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단부족하더라도 런칭하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확인하는 구글만의 개발 문화에서는 상당한투자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Best Buy에서 Google TV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한다고 하니, 미국에 계시는 분들은 매장을 한 번 둘러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다른 블로그들에서 Google TV가  무엇인지 Apple TV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이미 잘 소개하고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생략하겠습니다.

저는 Google TV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를 좀 하고 싶네요. 물론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1. 일단 디바이스는 상당히 훌륭합니다.
역시 돈 많은 회사답게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파트너들도 쟁쟁합니다.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디스플레이 제품은 SONY가, 별매형 셋톱박스와 컨트롤러는 Logitech이 파트너입니다. Logitech은 마우스와 키보드에 있어서는 많은 베스트셀러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또한, 각 사가 별도의 유통채널과 홍보채널을 가지고 있으니 마케팅에 있어서도 시너지가 날 것 같네요. 손쉬운 설치도 좋은 셀링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2. TV일까요? 컴퓨터일까요?
일단 SONY와 Logitech의 컨트롤러를 한 번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Logitech Revue, http://www.logitech.com/en-us/smartTV/revue

SONY, Sony Style USA

둘 다 모두 4방향키와 볼륨, 채널 키를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QWERTY 키패드를 가지고 있으며, 사이즈도 많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Logitech의 것은 무선키보드스럽고, SONY의 것은 노래방 리모컨 같네요. ㅎㅎ.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Google TV의 상위 전략자체가 TV보다 Internet과 Convergence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면 문제가 달라지겠습니다만, 너무 컴퓨터스럽다는 것입니다. 편하게 소파에 앉아서 TV를 즐기고 싶은 사용자들에게 커다란 컨트롤러는 확실히 부담스럽습니다.
 또, 컴퓨터에 익숙한 사용자가 아닌 TV에 익숙한 사용자 혹은 TV이기를 기대하는 사용자들에게 검색을 위해서 혹은 조작을 위해서 키패드를 꾹꾹 눌러서 문자열을 입력하게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키조작을 위해서 무릎 위나 테이블 위에 컨트롤러를 올려놓고 한 글자씩 입력하는 자세는 이미 TV를 즐기는 편안한 자세가 아니죠. Logitech의 경우 키 레이아웃이 무선키보드와 동일하기 때문에 (물론 키간 간격도 무시못하겠지만요) 문제는 덜 하겠습니다만, SONY의 경우 그리드 방식으로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입력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TV와 컨트롤러를 번갈아 봐야하는 상황은 훌륭한 경험은 아닐 것 같네요. 물론, Google이 얼마나 Auto compete나 Live suggestion 혹은 Personalization을 잘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는 있겠습니다. 이전에 KT의 Homemedia(Qook의 전신)라는 서비스를 설계하는데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역시 사용자들에게  TV는 TV였습니다. 당시에는 키인과 같은 태스크는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2003년 얘기니까 많이 달라졌을수도 있기는 하겠네요.)

컴퓨터와는 달리 모니터와 사용자의 거리가 2m가 넘기 때문에 화면상의 텍스트의 가독성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현재 SONY에서 판매하는 가장 큰 TV는 46인치입니다. 사이트에 있는 스크린샷이 46인치를 기준으로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홍보 동영상에서도 그렇고 텍스트가 왠지 작아보이는 건 기우일까요? 검색결과 목록에 Fish eye 인터페이스를 써서 포커스된 결과를 강조했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3. Convergence로 승부수를?
 물론 단순히 TV만 보고 싶다면 4방향키와 몇 개의 키만으로 Google TV는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Google TV가 밀고 있는 강점 중에 하나는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진은 iPhone4에 탑재된 리모트 컨트롤러 앱입니다. 물론 안드로이드폰에서도 돌아갑니다. UI를 보면 4방향키 혹은 포인터 컨트롤 위주로 되어 있습니다. "멋진 기능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왜 기본 패키지로 4방향키와 몇 개로 키로만 된 단순 버전 리모컨을 제공하지 않을까요? 아마도 현재 Google TV의 사용자는 단순 TV시청만을 즐기려는 혹은 약간의 Internet을 TV로 맛보고자 하는 사용자층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또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개발된 앱들이 TV에서도 돌아간다는 점은 TV가 News와 같은 Raw data스러운 정보와 함께 앱을 통해서 변형/가공된 정보를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TV는 일방향의 Couch Media가 아니라 보다 양방향이고 적극적인 미디어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Google TV가 성공한다면)

"3Screen 전략"은 Buzz 워드로 많이 보편화되었습니다만, Google이 좀 더 이를 현실로 앞당기는 플랫폼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네요. 현재 넘어야할 산도 많지만 부디 Google TV가 성공하기를 기원해봅니다. (소수의 Geek들의 값비싼 장난감이 아니라...)

덧, Google TV가 한국에도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인터넷 회선속도가 100M에 달하는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인프라만 본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네이버도 쿡TV와 손잡고 검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리모컨에 네이버 검색기능을 밀어넣은 것은 인터넷 사업자로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TV에서 검색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를 노출하는데 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네요.)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Google TV가 다수의 시청채널만 확보할 수 있다면, KT의 쿡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요. 또, 위성TV와의 연계도 되기 때문에 Skylife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다수의 소규모 유선케이블TV나 IPTV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Google TV가 미국시장에서 성공만 한다면 채널의 해외수출 통로로써의 역할도 가능하기 때문에, 채널 사업자들에게는 또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검색사업자들에게도 일부 영향이 있겠네요. 하지만 일단 Google의 국내 점유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Google 검색이 잘하는 전문 자료 검색을 TV로 할 사용자들은 극히 소수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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